[칡의 사랑] 내가 만난 돌나라 석선 선생님
내가 만난 돌나라 석선 선생님
[칡의 사랑]
'칡'이 어디에 좋고 어떤 작용을 하여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지 알지 못하지만,
나는 칡에 대한 아름다운 사연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.
벌써 18년 전의 이야기다.
어느 날 생각지도 않게 선생님이 우리 집을 불쑥 찾아오셨다.
손에는 큰 짐을 들고 계셨다.
그 짐을 들고 들어오실 때 얼굴에는 열기가 있으셨고, 힘들어 보였다.
"자매님이 약하게 보여서 하루 시간을 내어 이 칡을 캐 가지고 왔어요."
보자기를 풀자 통나무만큼 굵은 것으로부터 가는 것까지
가지런한 길이로 잘려진 칡들이 모습을 드러냈다.
족히 4~5관은 될 것 같았다.
그때는 어쩔 줄 모르고 그저 놀라 어리벙벙하기만 했다.
"고맙습니다. 잘 먹겠습니다."
뭐라 달리 말씀도 못 드리고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고 말았다.
선생님이 가신 다음에야 그 칡을 캐서 가져오시느라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 생각하니
따뜻하게나마 맞아들이지 못한 것이 한동안 가슴에 안타까움과
내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.
그 칡을 달여 먹는 동안 내 마음에서는
그분의 극진한 사랑과 정성이 끊임없이 파동 치고 있었다.
어느 누가 겨우 얼굴 몇 번 본, 잘 알지도 못하는 한 사람을 위하여
이런 정성을 쏟을 수 있겠는가 생각하니
내게 가져다주신 칡은 내 힘으로 들기도 힘겨운 칡의 무게를 넘어
말로 다할 수 없는 깊은 정과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에
이런 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감사하기 그지없다.
그렇게 굵은 칡을 구하기 위해선 아마 이 산 저 산 헤매 다니셨을 것이다.
그리곤 산등에 엎드려 비지땀을 흘려 가며 땅속을 파헤쳐
흠집 나지 않고 끊기지 않게 캐내느라 애쓰셨던 그 마음은 과연 어떤 마음이신지 ….
그 정성을 어찌 그 칡으로 평가할 수 있으랴!